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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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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년 1월 8일
  • 1분 분량

최종 수정일: 2021년 1월 9일

By. 이빨 ( @teeth_draw )





나는 타인에 시선에 억눌려 살아온 평범한 여성이었다.


다른 사람의 기준에 나를 맞추려 역시 나의 일부분일 것들을 결점으로 치부해 잘라내고, 깎아내리기 바빴다. 내 능력을 믿지 않고 얕잡았다. 나 자신으로서 사는 날보다 남에 과하게 의식해 저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처럼 불편하게 살아가는 나날만이 내 앞에 기다리고 있었고, 나는 그 길을 벗어나지 못할 것만 같았다. 아니, 벗어날 수 없었다. 타인이 밖에서 날 바라볼 동안 나는 그 좁은 평가안에 갇혀 나 자신을 바라보지 못했고, 날 바라보며 평가하는 다른 이들의 시선은 쉽게 다른 곳을 향하지 않았다.


그때, 누군가 내게 가위를 던져주었다.


처음에 나는 그 가위를 남들의 눈에 보이지 않게 꽁꽁 감춰두었다. 누군가 이 가위를 알게 된다면? 저렇게 수많은 눈이 바라보고 있는데 보이지 않을 리가. 내 가위가 자신들을 찌를 거라며 날 눌러 죽일 거야.


하지만 나는 마침내 그것을 꺼내 들었다. 새빨간, 누군가의 피와 희생과 선구 정신이 담겨있는, '개척' 그 자체일 가위를 오른손에 꼭 쥐고 나를 옥죄던 그들의 눈을 찔렀다. 나를 감싸던 평가 사이, 그리 작은 엿보기 구멍에 제 눈을 비집어 넣어 나를 몰래 지켜보고, 나를 제멋대로 정의하던 이들의 눈을 찔렀다. 그들이 피눈물을 흘린대도 개의치 않았다. 최선의 방어는 내 몸을 사려 작아지는 것이 아닌, 다른 이를 공격하는 것이었다.


피눈물을 흘리는 시선을 치우곤 밖을 내다보았다. 내 생각보다는 훨씬 많은 여성이 먼저 탈출해 뛰어다니며 서로를 지지해주고, 아직 시선 속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들에게 무기를 던져주었다.


이번에는 한 치의 망설임도, 의심도 없이 날 감싸 괴롭게 하는 평가를 모두 찢어버렸다. 새까맣던 시야에 빛이 가득 찼다. 세상은 생각보다 훨씬 넓었다.











국민 843101 04 372011 ㅈㅅ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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