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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말을 듣지 않는 서현이

  • zdztjmj
  • 2021년 1월 8일
  • 3분 분량

최종 수정일: 2021년 1월 9일

By. 키위 ( @kiwi_bird_69 ) - 글 X 성지 ( @Her_eIAM ) - 그림



서현이가 오늘은 학교에 바지를 입고 가려나 봐요. 멋쟁이 바지를 입었네요.


"서현아, 남자도 아니고 바지가 뭐니? 얼른 치마로 갈아입자."


이런, 서현이 엄마는 서현이가 바지를 입은 게 마음에 안 들었나 봐요. 엄마가 직접 나풀나풀 아동원피스를 꺼내주었어요.


"네~"


서현이는 원피스도 마음에 들었나 봐요. 엄마한테 원피스를 받고 바로 갈아입었어요.



"서현아, 치마 입었는데 다리를 벌리고 있으면 어떻게 하니? 어서 오므려."


"네.."


서현이는 억울했나 봐요. 옆에 유치원에 다니는 남동생은 다리를 크게 벌리고 있었는데. 그래도 엄마 말을 잘 듣는 착한 서현이는 바로 다리를 오므렸어요.



"서현아! 여자애 꼴이 왜 그러니? 학교에서 누구랑 싸웠어? 얼른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나오렴!"


서현이의 머리카락은 헝클어지고 운동장에서 뛰어놀았는지 옷에 먼지가 잔뜩 묻었네요. 그 모습이 초등학생 다웠지만 서현이의 엄마는 마음에 들지 않았나 봐요.


"하지만,"


"어허. 엄마 말에 토 달면 돼요, 안돼요?"


"갈아입고 올게요.."


서현이는 옷장에서 새로운 원피스를 꺼내 갈아입고 나왔어요. 엄마는 서현이를 데리고 피아노 학원에 데려갔어요.


"엄마! 저는 태권도 학원이 가고 싶어요."


"무슨 태권도니. 그런 건 서진이만 가는 데란다. 서현이는 여기서 피아노 배우고 오자?"


서현이는 학교에서 사귄 친구가 다니는, 유치원생인 남동생 서진이까지 다니는 태권도 학원에 가고 싶었지만 엄마는 화나면 무섭기 때문에 조용히 있었어요. 이런, 불쌍한 서현이..










"다녀왔습니다!"


"어이쿠, 우리 서현이 왔니?"


퇴근하고 집에 돌아온 서현이의 아빠가 서현이를 맞이했어요. 서현이의 아빠는 서현이를 안아들었어요. 손으로 엉덩이를 받친 채 말이죠.


서현이의 표정이 이상해졌어요. 아빠가 서현이의 엉덩이를 받치는 게 기분이 나빴나 봐요. 하지만 말은 하지 못했어요. 왜냐면 아빠는 서현이를 사랑하는걸요. 만약에 말한다면 분명 아빠가 기분 나빠할 거예요.



서현이는 집 뒤에 있는 산에 올랐어요. 그 산은 어린아이들도 쉽게 올라갈 수 있는 완만하고 낮은 산이었어요. 그 산에는 서현이만 알고 있는 비밀 공간이 있는데,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지 다듬어지지 않는 길을 따라서 가면 큰 나무에 걸려있는 나무 그네에 그 옆에는 나무의자가 있는 서현이만의 비밀공간이 나와요. 서현이는 기분이 상할 때마다 이곳에 와서 이따금씩 쉬곤 했죠.








“넌 누구야..?”


서현이는 자신만이 알고 있는 비밀공간에 낯선 아이가 나무의자에 앉아있는 걸 발견했어요. 서현이는 경계하는 목소리로 낯선 아이에게 말을 걸었어요. 그러자 낯선 아이는 서현이 쪽으로 고개를 향했어요.


“산책하러 왔다가 여기를 발견해서.. 나는 우리라고 해. 나우리! 너는?”


“나는 서현이야. 김서현. 근데 너는.. 남자야?”


우리는 그 질문을 듣고 한숨을 내뱉었어요. 아직 10살밖에 안됐지만 많이 듣는 질문이었거든요. 우리는 뒷목이 훤히 보이는 짧은 머리에, 조금은 통통한 몸집, 활동성이 높아 보이는 편안한 바지를 입고 있었거든요.


“아니. 나는 여자야. 그냥 이게 편해서 입고 있는 거거든! 근데 너는 여기까지 그 옷 입고 올라온 거야?”


서현이는 자신이 입고 있는 옷을 살펴봤어요. 먼지와 흙으로 더러워진 원피스, 산에 오르기에는 무척 불편한 아동용 구두,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빗질하기 어려울 정도로 엉킨 머리카락. 누가 봐도 ‘남자’처럼 보이는 우리가 더 편해 보였어요.


“나도 이렇게 입고 싶지 않았어! 더워서 머리 짧게 자르고 싶다고 했는데 그런 건 남자나 하는 거랬는데.. 그런 옷들도 다 남자만 입는 거랬는데.. 여자애면서 왜 남자같이 하려고 하냐고..”


그 말에 우리는 나무의자에서 뛰어내려 서현이의 앞에 섰어요.


“말도 안 돼! 우리 엄마는 나보고 내가 여자가 아니라 사람으로 자랐으면 좋겠다면서 내가 불편해 하는 거 다 없앴는데.. 원래 우리 나이에는 잘 먹고 잘 뛰어다녀야 된댔거든!”


서현이는 원피스를 꼭 잡고 꼼지락거렸어요. 분명 맞는 말인 것 같은데 부정해야 될 것 같았어요. 여기서 부정하지 않으면 서현이의 엄마가 옳지 않다는 걸 인정하게 되니까요. 옳지 않다는 게 분명한데도.


“하지만.. 이래야 어른들이 좋아한다고.. 아빠도 좋아하는데…”


우리는 그 말을 듣고 놀랐어요. 이래야 어른들이, 아빠가 좋아한다니!


“서현아! 우리 엄마가 그랬는데 이런 거 가지고 좋아하는 어른들은 좋은 어른들이 아니래. 아빠도 그렇고. 아무리 아빠여도 네가 불편하다면 안 하는 게 맞는 거야.”


서현이는 그 말을 듣고 이상하게 눈물이 났어요. 다들 심지어 엄마마저도 이상하다고 한 서현이의 기분을 다른 누구도 아닌 처음 보는 또래 친구가 알아줬다는 생각에 눈물 먼저 났어요. 우리는 당황하지 않고 서현이를 꼬옥 안아줬어요.


몇 분 뒤 울음을 그친 서현이는 우리에게 고맙다고 말하며 우리와 함께 산에서 내려왔어요.


“나는 집이 이쪽 방향이라서 가볼게. 서현아, 혼자서 갈 수 있지?”


“그럼! 집에 가서 불편한 건 불편하다고 꼭 말할 거야!”


우리는 파이팅 포즈를 지으며 집으로 향했어요. 우리가 떠나는 걸 본 서현이도 집으로 향했어요.



다음날, 아직 잠이 덜 깬 서현이는 눈을 비비며 일어났어요. 아침 7시가 안됐지만, 곧 아빠가 서현이 방으로 들어올 시간이거든요.


끼익,


방문이 열리고. 정장을 갖춰 입은 아빠가 출근 전에 서현이의 방에 들어왔어요.


“우리 서현이 안 자고 뭐해요?”


“아빠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러니..? 으음..”


자고 있어야 할 서현이가 깨어있자 당황한 아빠는 머뭇거리는 것도 잠시 서현의 앞에 눈높이를 맞춰 앉았어요. 자기 검지 손가락으로 자기 볼을 툭툭 치면서.


“아빠 곧 출근하는데 힘내라고 뽀뽀해 줄까?”


“싫어요!”


“... 음..?”






“싫어요! 아빠가 맨날 아침마다 나 잘 때 몰래 뽀뽀하는 것도 싫고, 집에 올 때마다 안으면서 은근슬쩍 엉덩이 만지는 것도 싫어요. 이제 그만하세요!”


서현이의 말에 당황한 아빠는 그게 아빠한테 할 소리냐며 뭐라 하려다가 출근 시간이 살짝 넘은 걸 보고 급하게 일어섰어요.


“아빠 오면 다시 얘기하자.”


아빠는 서현이의 대답을 듣지도 않고 바로 나가버렸어요. 아빠가 나가자 서현이는 침대 위를 펄쩍펄쩍 뛰었어요. 뭔가를 단호히 거절한 건 처음이었거든요. 서현이도 기쁜가 봐요.



“서현아. 바지 입으면 안 된 됐지요~”


“하지만 엄마, 원피스는 너무 불편해요. 그리고.. 서진이가 더 귀엽고 예쁘니까 서진이한테 원피스 입히고 제가 바지 입을게요!”


“얘가? 그런 말은 어디서 배웠니?”


서현이는 눈을 크게 뜨고 엄마를 말똥말똥 쳐다봤어요. 엄마가 서현이를 혼내기 무안하게끔 말이죠. 서현이는 그 뒤로도 머리를 짧게 자르고, 옷에 흙이 잔뜩 묻은 채로 집에 들어오고, 아빠와의 불쾌한 스킨십은 단호하게 거절했어요.



서현이는 그렇게 엄마가 아무리 말해도 말을 듣지 않는 나쁜 아이가 되었어요. 그냥 불편하지 않으려고 한 행동들이었는데 말이죠. 서현이는 그렇게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입학해서도 쭉, 아마도 엄마와 아빠가 죽기 직전까지도. 예쁘게 꾸미고 동생 좀 봐달라고 부탁하는 둘의 말을 듣지 않는 나쁘고 자신밖에 돌볼 줄 모르는 이기적인 서현이가 되었답니다.








+ 보너스 일러스트



‘고등학교 가서도 이대로 쭉 행복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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